2025년을 보내며, 남겨두고 싶은 기억들
2025년을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매년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지만, 올해는 유독 답하기가 어렵다. 치열하게 일했던 순간, 뜻하지 않게 찾아온 변화, 잊지 못할 여행과 공연, 그리고 내 몸이 보내는 신호들까지.
돌이켜보면 감사한 일도, 아쉬운 일도 많았지만, 확실한 건 그 모든 과정이 나를 조금씩 자라게 했다는 점이다. 유독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기억이 많았던 나의 2025년을 풀어보려 한다.
숨 가빴던 1년, 일터에서의 이야기
올해 마야크루에서의 시간은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다. 상반기에는 틱톡 인플루언서 체험단 플랫폼인 '코스덕' 런칭에 매진했었다. 마켓핏을 찾기 위해 치열하게 달렸지만, 틱톡 시장의 변화 속도는 생각보다 훨씬 빨랐다. 결국 회사의 판단하에 플랫폼 사업은 접고 에이전시 업무에 집중하게 되었다. 아쉬움이 없지는 않지만, 빠른 실행과 과감한 결정 또한 스타트업에서 배울 수 있는 값진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후 다시 본진인 '슈퍼멤버스'로 돌아왔다. 올해 목표 매장 수를 달성하기 위해 그로스팀과 함께 사장님 사이트 그로스에 매진했다. 빠르게 개발하고 배포하고, 실패하고 다시 수정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몸은 고됐지만, 내가 만든 결과물이 비즈니스에 영향을 주는 것을 보며 일하는 보람을 진하게 느꼈던 시간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AI의 발전 속도를 무섭게 체감하기도 했다. 이미 이전과는 개발자의 일하는 방식이 확연히 달라졌고, AI 활용 능력은 필수가 된 것 같다. 다행히 회사에서 AI 지원을 적극적으로 해줘서 잘 쓰고 있지만, 내년에는 '어떻게 하면 실무에 더 깊이, 잘 적용할 수 있을까'를 치열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정신없이 달리는 와중에 덜컥 팀장이 되었다. 예고 없이 찾아온 역할이라 부담감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이건 나에게 주어진 또 다른 과제이자,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야겠다.

건강 좀 챙겨야겠다, 진짜로
나이를 먹을수록 관리가 필수라는 걸 온몸으로 체감 중이다. 런닝 붐이 일기 전부터 동네를 꾸준히 뛰던 나였지만, 날이 추워지니 이불 밖은 위험하다며 쉬고 있다. (반성한다.)
결정타는 교회 체육대회였다. 배드민턴 선수로 나가서 열정을 불태우다 그만 무릎 염좌를 얻었다. 아직도 충격파와 물리치료를 받는 중이다. "이제는 무리하면 안 된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뼈아프다.
내년에는 비타민도 잘 챙겨 먹고, 자극적인 음식도 줄이려 한다. 런닝도 다시 시작하고, 크로스핏이나 복싱처럼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새로운 운동을 찾아볼 생각이다.
잊지 못할 풍경과 영감의 순간들
올해는 내가 주도해서 떠난 여행은 없었지만, 회사 워크샵 덕분에 뜻밖의 호사를 누렸다.
상반기엔 생애 처음으로 미국을 가게 되었다. 팀원들이랑 LA, 라스베이거스, 그리고 그랜드 캐니언 투어까지 정말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정말이지, 그랜드케니언을 내 눈으로 본 그 순간은 내 기억 속에 길이 남을 것 같다. 나중에 가족들이랑 또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반기엔 중국 상하이를 가게 되었는데, 엄청나게 도시적이고 깨끗한 모습에 생각보다 좋았다. 특히 마지막 날에 팀원의 추천으로 헤이데이(Heyday) 재즈바라는 곳을 갔는데 내가 지금까지 다녀본 재즈바 중에 탑이었다. 개인적으로 혼자 여행하는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데 올해엔 없어서, 내년엔 그런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문화생활도 빠질 수 없었다. 이래저래 바빠서 영화를 많이 보진 못했지만, 그래도 가장 좋았던 두 편이 있다.
첫 번째는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영알못 시절부터 PTA 감독님 명성을 많이 들어서 이것저것 찾아봤었다. 처음 본 게 <마스터>였는데, 느낌은 좋지만 분석적으론 너무 어려운 느낌이었다. 그 뒤로 감독님 영화는 하나 빼고 다 찾아봤는데, 그중 <매그놀리아>를 제일 좋아했다. 그래서 이번 신작도 개봉 전부터 너무 기대하고 있었고, 예매 풀리자마자 용산 아이맥스 취켓팅해서 보러 갔다. 근 몇 년 사이에 이렇게 압도적이고 재미있게 본 영화가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어려운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라는 편견을 깨게 만든 영화.

두 번째는 윤가은 감독의 <세계의 주인>. 개봉하는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어느새 입소문이 너무 퍼져서 빨리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가은 감독님은 <우리들>을 통해 알고 있었는데(아직 보지는 못했다), 그래서 <세계의 주인>이 내가 본 첫 윤가은 감독님 영화였다. 말하기 어려운 주제를 가지고 본인만의 방식으로 주제 의식을 잘 전달하는 감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등장인물들의 감정선과 마지막에 전달되는 울림까지, 한국 영화에 이런 작품이 많이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건 콜드플레이 내한공연이다. 8년 만의 내한이라는 콜드플레이. 그 당시엔 취준생이라 갈 여유가 없었지만 이번엔 무조건 가야 한다는 마음으로 갔다. 티켓팅 너무 힘들었지만 계속 매진될 때마다 '찐막공'을 계속 풀어주신 콜플.. 그저 갓.. 그 덕분에 가게 되었다. 정말 내가 너무 좋아하는 노래 Yellow, Fix You, Viva la Vida, Paradise 그리고 마지막에 A Sky Full of Stars에서 다 같이 신나게 뛰던 건 진짜 레전드였다. 정말 역대급 공연이었고, 다음에 또 와주세요 제발.

결국 남는 건 사람, 그리고 마음가짐
회사와 교회를 오가며 많은 사람을 새롭게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 살다 보니 사람이란 물리적으로 가까울수록 관계적으로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더라. 올해도 그 관계 안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는 시간이었다. 물론 물리적으로 가깝지 않음에도 지금까지 연락이 되는 분들에게도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 성향상 쉽지 않을 때도 많은데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내년에는 그분이 주시는 힘으로 더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내가 좋아하는 영화 <원더>의 대사로 2025년 회고를 마친다.
"힘겨운 싸움을 하는 모든 이들에게 친절하라." - 영화 <원더> 중에서
유독 남기고 싶은 순간이 많았던 2025년, 참 감사한 한 해였다.